지혜의 공간

삼년불비 우불명

우현훈 2008. 10. 6. 11:23

삼년불비 우불명(三年不飛 又不鳴)
     
   
  "

 

현대를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

 

지금부터 2천 수백년 전에 중국이 춘추시대(春秋時代)라고 불리우던 무렵,

초(楚)나라엔, 장왕이라는 명군이 나타나

후진국인 초를 일약 최강의 나라로 끌어 올렸다.

장왕은 지도자로서의 장점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던 것 같다.

장왕은 즉위해서 3년 동안 정치 따위는 아랑곳 없이 매일 낮 밤을 놀음으로 지새웠다.

 더구나 나라 안에 포고(布告)를 내려서, '간(諫)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놀았다.

 

그러나 그 중에는 장왕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신하도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오거(伍擧)라는 중신이 배알을 청했다.

"수수께끼를 한 가지 내겠습니다."

"말해 보아라."

"언덕 위에 새가 있습니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새(鳥)겠습니까?"

 

장왕의 대답 역시 멋 있었다.

 

"3년을 날지 않더라도 일단 날면 하늘 꼭대기까지 날 것이다.

3년을 울지 않더라도 일단 울면 이 세상을 놀라게 할것이다.

그대가 말하려는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도다. 물러가라."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장왕의 도락(道樂)은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심했다.

이번에는 소종(蘇從)이라는 신하가 면담을 청했다.

소종은 오거와는 달리 맞대놓고 말했다.

물론 목숨을 걸고서 하는 사간(死諫)이다.

장왕은 이렇게 다짐을 받았다.

"간하는 자는 사형이라는 포고를 알고 있겠지?"

"주군의 어리석음을 깨우칠 수가 있으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그 각오를 들은 장왕은 이후 놀음을 그만두고 정치의 쇄신에 착수했다.

우선 지금까지 함께 놀음을 하던 부하 수백명을 추방하고 신인을 등용하고,

용기있는 간언을 한 오거와 소종 두 사람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이야기에서 '3년 동안 울지 않고 날지 않는다(*三年不飛 又不鳴)'는

속담이 생겨났는데,

 

장왕은 멋이나 호기심로 놀음에 빠져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동안에 충분히 신하들을 관찰하여 쓸 수 있는 자와 쓰지 못할자를 가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일에 손을 대자 일거에 인사를 쇄신하고,

 국정의 기반을 갖추었던 것이다. 실로 멋진 솜씨였다.

 

위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왕이라는 사람은 수완가에다 예리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예리한 인물은 대개 그 예리함으로 인해서 부하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반면에 좀처럼 심복시킬수는 없는 것이다.

 

장왕은 그 점에서도 예외적인 존재였다.

예리한 인물이면서도 통이 큰 일면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의 일이다.

많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주연을 베풀고서,

 

"오늘 밤은 신분의 상하를 구별않고 터놓고 마시는 술좌석이다.

사양말고 마음껏 놀아라."해서 군신들이 함께 신명나도록 마셨다.

그런데 이윽고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방안의 촛불이 모두 꺼져 버렸다.

때는 이때다 하고 왕의 애첩을 껴 안고서 장난을 친 신하가 있었다.

애첩은 다부진 여인이었던 모양으로,

그 신하의 모자 끈을 떼어들고 장왕에게 호소했다.

 "모자의 끈이 없는 사람이 범인입니다.

빨리 불을 켜고서 붙잡아 주세요."

 

그러자 장왕은,

"아니다. 원인을 따지자면 내가 술을 마시자고 해서 생긴 일이니까,

 일개 여자의 정조를 중하게 여겨서 부하에게 망신을 줄 수는 없다."고 애첩을 제지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밤은 무례를 용서할 테니 모두 모자 끈을 떼어내고 술들을 마셔라!"

불이 켜진 다음에 보니까 신하 가운데 누구 한 사람 모자 끈을 달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년 뒤,

 

장왕은 진(晋)이라는 강국과 전쟁을 했다.

그러자 항상 아군의 선두에 서서 용감무쌍하게 싸우는전사가 있었다.

초는 그의 활약으로 마침내 진나라 군대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전쟁이 끝난 다음 장왕은 그 신하를 불렀다.

 

"그대같은 용사가 있는 것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나의 부덕(不德)의 소치다.

 그러한 나를 원망하지도 않고 목숨을 걸고 싸운데는 다른 무슨 이유라도 있느냐?"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한번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무례를 범했을 때,

임금님의 따뜻한 온정 때문에 목숨을 건지고

그 때부터 신명을 던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날 밤 모자 끈을 잘리운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정현우 편저/고전에 나타난 인간과 경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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